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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역, 그 이후

by 자유의지_-_- 2021. 12. 7.

시간이 참 빠르다.

안에서도 새삼스레 느꼈지만 역시 바깥이 훨씬 체감이 된다.

 

 

전역을 했다.

그러고나서 한 달 하고 일주일이 더 지났다.

 

 

내가 들어오기 전과 후의 세상

생각보다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고 바쁘며 알 수 없고 가끔은 무서우면서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였다.

 

 

세상은 나에게 참 무심하다. 다소 아저씨 같은 문장이지만 정말 그런 것 같다.

 

"군대라는 큰 산을 넘은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산들도

문제없이 넘을 수 있을 거야."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잘 챙겨주던 학교 선배가 졸업하며 나에게 해준 말이다.

참 멋있었다. 나한테 해준 말이고 나를 격려해주기 위한 말이지만 그 문장은 나뿐만 아니라

당신을 향한 말인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 나는 그렇게 큰 산을 넘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맞이한 큰 산.

물론, 수능도 있지만 두 개 다 끝내고 나서 보니 수능은 군대에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나는 흔히 얘기하는 '에이스'는 아니었다. 군생활을 잘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근데 적어도 군생활동안 뉴스에 나올 것 같은 일도 없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즉, 전체에서 봤을 때 내 군생활은 중간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수능이나 기타 등등에 비교하면 너무 힘들었다. 비교가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나라를 지키는

모든 장병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렇게 무탈한 군생활임에도 그만큼 힘들었고, 그런 큰 산을 넘느라 고생을 했지만

내가 없는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군대를 다녀온 게 맞는지 싶었다.

 

 

전역을 했나 하는 게 아니라, 군대를 갔는 지조차 헷갈릴 정도였다.

그런 감정을 느끼자 뭔가 무섭고 이상했다.

 

 

내가 발버둥치지 않으면 세상은 정말로 나를 잊어버리겠구나.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것. 그리고 내 이름에 책임을 지는 것.

 

사실 군대에서도 나가면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뭣보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 중 일부는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군대에 있다보면 나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든다.

 

 

단순히 시간이 많고 할 짓이 없다보니 떠오르는 큰 의미없는 고민일 수도 있다.

근데 나는 그 생각이 강해지는 특정 상황이 있었다.

 

 

모든 군인이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안다.

근데 가끔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너는 할 줄 아는 게 뭐냐? 너는 밖에서 대체 뭐하다 온 거야? 너가 뭐라도 되는 것 같냐?"

 

 

나는 이 말이 굉장히 자존심 상했다. 군대라는 조직에 끌려온 것도 모자라

(가끔 "끌려오다"라는 표현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는 큰 의미는 없다)

그 곳에서의 일에 적응, 숙달되지 못한 나에게 그런 질책은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나가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되겠다고 자주 생각했다.

그것이 돈이 됐던 명예가 됐던 권력이 됐던 상관없다.

 

 

나를 잘 모르는 상대가 나를 무시할 수 없게 돼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나오면 어떤 식으로 살 지 무슨 일을 시도할 지 구체적으로 고민했다.

 

 

단순하게 공부하고, 단순하게 스펙을 쌓고, 단순하게 취업을 해서는

내가 군대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얘기를 하자면 절대로 공부, 스펙쌓기, 취업을 비하하거나 낮게 보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목표는 다르고 그걸 위한 방식도 다 다른 것이다.

 

그래서 여러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계획을 세웠다.

근데 막상 나오니까 세상이 그대로였다.

 

 

마치 내가 군대에서 그런 결심을 한 것이 혼자만의 쉐도우 복싱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한 1주일 간은 좀 벙쪘던 것 같다.

 

 

그냥 저냥 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게 다였다.

친구들은 다 군대에 가서 만날 사람이 그닥 없었다. 원래 없기도 하다 :)

 

 

쭈욱 쉬다보니 뭔가 답답했다. 내가 생각한 전역 후 모습은 이게 아닌데.

여러가지 공부를 마구 시작해보려고 했다. 책도 많이 읽고 유튜브로도 세상이 돌아가는

정보를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냥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하고 싶은게 많은만큼 돈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군대썰이 아닌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르바이트 이야기부터는 다음 글에서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