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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2025.06.16(월) 신입사원으로 살아남기 [여의도 입성: 증권사 인턴] 본문

첫 회사는 금융사이긴 하나 증권과는 큰 연관없는 기업이었다.
그래서 여의도에 대한 로망이랄까 이미지가 더 강렬했다.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에 다니면 엄청 자랑스럽고 즐겁겠지?"
라는 생각이 엄청 강했으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반 회사와 다를바 없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일을 맡아서 하는 건
즐거움보단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고,
그것이 돈을 다루는 일이라면 더더욱 긴장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심지어 그 과정이 어엿한 사원이 아닌 '평가 대상'으로서 인턴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결과 발표날 안내 문자가 오기 전까지 회사에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2주 전에 면접 때문에 연차를 쓸 때도 계속 주위에서 왜 연차쓰냐고 물어보고..
심지어는 '면접 보러 가는 거 아니지? 그러면 연차 써도 돼' 라고 듣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나를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신입으로 봐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리고 그렇게 막는다고 떠나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는 것 같다..^_^
점심 먹고 딱 자리에 앉은 오후 1시,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인턴 합격.
근데 다음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딱 열흘 남짓.
어떻게 말해야 될지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솔직하게 얘기했다.
관련 이야기는 지난 게시물에 있으니 그 내용을 봐도 좋을 것 같다.
p.s. 참고로 당시 합격한 부서는 해외주식 리테일 관련 부서였습니다.
증권사 리테일 백오피스 직무 문의사항은 댓글로 남겨주면 아는 만큼 도와드리겠습니다.
[인턴 출근 전]
첫 회사는 중견기업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채용검진이 없었다.
근데 여기 회사는 KMI한국의료연구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정말 공장처럼 환자와 의사와 간호사들이 사람 진료를 하고,
대기시간도 엄청 길고 기빨리는 곳이었다.
운영시간은 주중/주말이 다르고, 평일에도 요일별로 달라서 꼭 확인해야 한다.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고 해도 보통 오후 2시 30분 이전에는 가야 검진 가능하다.
사람도 많으니 오전에 방문해서 후딱 받고 나오는 게 속이 편하다.
KMI가 좋은 건 비용도 보통 회사에서 처리되고 검진결과도 전산으로 공유된다.
그래서 우리는 신분증만 들고 가서 절차대로 검진만 받고 나오면 된다.
KMI가 정 없는 지역은 일반 병원에 가서 검진받고 결과를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방을 잡았다.
예정된 인턴 기간은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약 80일 가량이었다.
사실 전환이 확실하지 않으니 자취방을 잡을 수는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
여의도 무역회사에서 인턴하는 친구 따라 고시원에 들어갔다.
정말 좁고 크게 부족함은 없는데 또 할만한 경험은 아니었다...ㅋㅋㅋㅋ
단점 대부분 견딜만 했는데 '사람 문제'는 다시 생각하게 됐다.
<타인은 지옥이다>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고 트러블도 크게 없긴 했는데
정말 불특정 다수가 와서 지내는 거다보니 완전히 편할 수는 없었다.
이 때 경험을 삼아서 이후 세 번째 인턴 때는 멀어도 집에서 통근했다.
결론적으로는 고시원, 장거리 통근 둘 다 힘드니까 꼭 정규직이 돼서 내 집 마련 하는걸로.
[인턴 재직 2.5개월]
살얼음장을 걷는다는 느낌이 이런걸까.
끝없는 긴장감으로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그렇게 스트레스인지 몰랐다.
지나고보니 그 때 어떻게 그러고 지냈나 싶은 느낌.

인턴으로 힘든 건 당연하니까 넘기고
정말 인턴 할 때 마다 왜 인사팀들이 인턴, 중고신입을 좋아하는지 피부로 느낀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학회에서 노력하는 거랑 배우는 내용이 차원이 다르다.
일단 모든 업무를 '비용과 매출'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학생 때 만드는 아이디어들은 이런 '가성비'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그저 '@@한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효과가 좋다! ##서비스는 고객에게 좋다!'라는
일종의 선언에 가깝다.
왜 좋은지까지는 보통 얘기하는데, 그래서 얼마나 좋은지, 돈이 되는지 등은 모른다.
당락과 무관하게 현장에서 현직자의 고민을 듣는 것만으로 도움이 크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이 때 경험 이후부터 서류합격률이 크게 뛰었다.
무엇보다 인턴들을 이끌어주는 직원분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고마움이 컸다.
이 때 배운 내용들이 향후 인턴이나 직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
[인턴 마무리 및 수료]
인턴 경험을 했다고 실무경험이 쌓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지 현직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경험이 크다.
최근 증권사의 화두는 단연 모바일 트레이딩 시장에 대한 선점 경쟁이다.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이 보여준 MTS, WTS의 가능성에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같은 경쟁력을 갖고 동일한 목표를 두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인턴을 경험했던 회사가 이런 케이스였다.
당시 증권사 리테일 사업부들은 압다퉈 MTS시장 경쟁을 시작한 반면,
당사는 반대로 초고액자산가를 타겟으로 하는 리테일 영업점 활성화에 목표를 뒀다.

덕분에 나는 운이 좋게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점포를 직접 견학할 수 있었다.
핵심은 '초고액자산가를 어떻게 붙잡을 수 있는가?'이다.
단순 투자나 자산증식은 물론, 세금과 상속, 심지어 가족헌장 등
드라마에서 보는 재벌집 사업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증권사에서 전문인력이 나와 서포트를 해준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평생 일군 사업, 자산이니 자식들이 잘 커서 받아주길 바라고
증권사는 이러한 니즈를 파악해서 자녀 교육, 유학, 경영수업부터
실제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무, 행정적 문제까지 원테이크로 해결한다.
이런 세상을 알턱이 없으니, 얼마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는지.
이 때의 경험이 향후 내가 직무를 결정하는 데 큰 경험이 되었다.
프론트로 간다면 IB도 좋지만, 패밀리 오피스 최적화 PB를 목표로 하고,
그 외에는 리서치가 인기는 많지만, 해외주식 리테일 쪽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렇게 인턴 이후에 목표가 구체화되니 자소서 쓰기도 수월했다.
어떤 목표로 당신네 증권사에 들어가고 싶은지 지원동기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너네 회사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이런 걸 보고 배워왔으니 향후 어떤 식으로 기여하겠다!'라는
아무튼 힘들고 어땠고, 결국 나한테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다.

인턴 수료식 당일이 되었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고 지쳤다.
그래도 지독한 여의도에 또 남고 싶은 자신을 보면서
앞으로 10년은 하고 싶은 직업을 찾은 것 같아 보람찼다.
말을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인턴 중후반 접어들 때부터 느낌이 왔었다.
아쉽게 전환에는 실패했다.
예상이 됐기에 엄청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내가 못난 것보다 전환된 친구들이 뛰어나서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일단 너무 열심히 한만큼 정말 무기력한 건 어쩔 수 없더라 ㅋㅋㅋ
너무 떠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챙겨주던 지난 회사 사람들 생각이 났다.
이 때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떠난 건 참 잘한 것 같다. ~_~
한 1~2달 쉬고 여행도 다녀오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대충 페페 쨍그랑 짤)
이렇게 하반기 공채가 많이 열릴 줄이야.
특히 증권사가 대박이었다.
작년에 금투협 채용사이트를 샅샅이 뒤져서 10군데 남짓이었다.
근데 올해 하반기는 대형 증권사만 거의 10군데 넘게 올라오고,
은행이야 항상 뽑으니까 넘기고, 보험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등
그렇다. 금융사가 스펙 커트라인이 높고 어쩌고 결국 문과는 금융권이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뽑는 회사가 어디있을까.
특히 올해 증권사 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하더니 증권사가 대박이었다.
결국 여행도 휴식도 미루고, 퇴사 1주일이 채 되기 전에 자소서를 난사했다.
인턴 두 번, 심지어 그토록 원하던 증권사 인턴이 있으니 쓸 얘기가 많았다.
당시 경험을 정리하면서 좀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났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고
이후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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